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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 이탈리아 사장교 붕괴 원인은?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아(Genoa)지방의 10번 고속도로 상의 교량이 붕괴되어 차량 수십여대가 교량 아래로 추락하며 4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교량은 1967년 완공된 교량으로 50년이 넘은 교량이다. 이 교량의 형식은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 사장교다. 프리스트레스 구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와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는 철근으로 콘크리트를 보강하지만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 구조는 강선(텐던, tendon)을 넣어 콘크리트에 압축력을 도입한 형태다.
사장교는 경사부재를 당겨 차가 다니는 거더를 지탱하는 교량의 한 형식이다. 이번에 무너진 교량의 구조적 특징은 사장재(경사부재)가 콘크리트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안에 텐던이 들어있다. 현대의 사장교는 강선의 부식을 막기 위해서 HDPE(일종의 플라스틱) 피복을 씌우고 강선과 피복 사이의 빈공간은 왁스를 채워 습기로부터 강선을 보호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강선을 콘크리트로 감싸서 만들었다.
 
이번 사고로 서측 주탑이 붕괴됐다. (구글어스 캡쳐)
이교량이 현대의 교량과 또 다른 점은 게르버 구조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1960년대만 해도 컴퓨터가 발달하지 않아 구조해석(교량의 각 부재가 받는 힘을 계산하는 일)을 수계산으로 했다. 따라서 복잡한 구조는 계산이 불가능하거나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따라서 최대한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교량은 A자 모양의 3개의 주탑과 거더 그리고 케이블로 이루어져 있다. 경간(주탑과 주탑 또는 교각과의 사이) 수는 4개가 된다.
 
교량의 제원
당시에는 4개의 연속된 경간을 갖는 사장교를 구조해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게르버 구조를 도입하여 각 주탑을 구조적으로 독립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주탑과 주탑 사이의 빈 공간에는 단순한 거더를 올려놓으면 거더 위에 떨어지는 하중을 별도로 계산해서 주탑시스템에 하중으로 재하하면 비교적 쉽게 구조해석을 할 수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국내 교량 전문 엔지니어들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엔지니어들은 구조물 붕괴 사고는 한가지 원인만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몇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 텐던부식
교량 전문 엔지니어들이 첫번째로 꼽은 붕괴 원인은 텐던부식이다. 이 교량이 위치한 제노바는 밀라노에서 남쪽으로 120km 정도 떨어진 지중해 제노바 만에 면해있는 항구도시다. 바닷가 공기 중에는 염분이 있고 콘크리트 표면에 붙어서 콘크리트 안으로 침투한다. 침투한 염분이 철근이나 텐던을 부식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하중을 지탱하는 경사부재의 텐던이 부식되어 갑자기 끊어졌다면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 
 
이 교량과 같은 사장교에서는 경사부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특히 이 교량의 경우 경사부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측 주탑에 설치된 경사부재에는 외부텐던으로 보강이 되어있다. 즉 1960년대에 만들어진 경사부재가 문제가 있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텐던으로 보강을 했다는 것이다. 
동측 주탑의 경사재는 외부 케이블로 보강되어있다.
또한 중간 주탑에 설치된 경사부재 상단에도 강판보강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보통 구조물에 강판을 덧붙여서 보강하는 이유는 균열이 생긴 경우이다. 강판을 덧붙여서 균열 사이로 수분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철판으로 단면을 보강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간 주탑의 경사재 상단은 강판으로 보강되어있다.
세개의 주탑 중 두개 주탑의 경사재들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이번에 무너진 나머지 서측 주탑부 경사부재에도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게르버보
이번에 붕괴된 부분은 3개의 주탑 중 서쪽 주탑이다. 그리고 이 서쪽 주탑의 서쪽과 동쪽에 걸쳐져 있던 단순 경간 거더도 같이 붕괴되었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이 단순경간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붕괴를 유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교량의 보수 이력을 보면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서측 단순경간의 연결부를 보강한 흔적이 다수 발견된다. 만일 이부분으로 수분이 침투하여 머물면서 철근이나 텐던을 부식시켰다면 단순경간이 붕괴되고 그 충격이 균형을 이루고 있던 시스템의 밸런스가 무너뜨려 붕괴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94년에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 한강으로 떨어진 일부분도 게르버보였다.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P8하부 게르버보 연결부가 보강된 것을 알 수 있다. (구글 스트리트뷰)

하지만 일부 엔지니어들은 교각 P8과 주탑 PY1 사이의 게르버보 붕괴가 PY1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만일 그 정도의 충격이라면 마찬가지로 현재 붕괴된 PY1과 PY2 사이의 게르버보가 PY2를 붕괴시켰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PY2가 붕괴되지 않은 걸 봤을 때 게르버보 붕괴의 충격이 인근 주탑 시스템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 피로
이 교량이 가설된 지역은 항구 도시로 주변에 산업시설이 많다. 따라서 중차량을 포함한  통행량이 많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통행량이 교량 부재의 피로파괴를 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보통 철근콘크리트 구조나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 구조는 피로에 민감하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균열의 발생 등 다른 문제가 문제한 상태에서는 피로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설계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교량을 설계한 사람은 Riccardo Morandi(1902~1989)이다. Morandi는 토목엔지니어였으며 플로렌스대학과 로마대학의 정교수였다. 영국의 BBC는 제노바 대학교수이며 엔지니어인 Antonio Brencich의 말을 인용 보도 했다. Brencich교수는 2016년 "Morandi는 위대한 통찰력을 지닌 엔지니어였지만 실무 계산에 약했다"라고 쓴 바 있다. 또한 Morandi가 설계하고 1972년에 완공된 모란디교와 비슷한 형식의 리비아의 The Wadi el Kuf bridge는 2017년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닐로 토니넬리 이탈리아 교통장관은 고속도로 관리회사의 부실을 지적했고, 제노바 검찰은 유지관리를 담당한 회사 '아우토스트라데'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책임자들을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엔지니어들도 이번 제노바 모란디교 붕괴 사고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2016년 정릉천교의 텝던 파단 사고를 격은 국내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이탈리아 교량 붕괴사고를 국내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 교량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인 신문 / 이석종 기자 ( dolljong@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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