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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을 꿈구는 이들을 위한 책] 다리 구조 교과서문명의 위대한 중개자. 교량의 진화와 구조역학

본지는 이공계의 발전을 위해 이공계를 꿈꾸는 학생들과 기술인들이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장을 갖기로 했다. 구조라면 다소 딱딱해 보일지 모르는 분야이지만 본지가 소개하는 도서는 그런 딱딱한 면을 벗어나 공학이지만 공학이 아닌 듯,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교양서적 처럼 접할 수 있을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도서명 : 다리 구조 교과서
지은이 : 시오이 유키타케
감수 : 문지영
옮긴이 : 김정환

역사와 문명의 위대한 중개자 
다리는 인류의 문명과 함께 발전해왔다

아득히 먼 옛날 쓰러진 나무를 다리로 이용하던 인류는 이제 에펠탑보다 높은 곳에 다리를 놓고, 섬과 섬을 잇기 위해 수심이 100m보다 깊은 바다 위에 다리를 놓는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해협대교는 빠른 유속과 깊은 수심 등 여러 걸림돌을 극복하고 가설돼 전 세계 토목공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다리는 사람들의 생활권이 넓어지고 교류와 무역이 활발해질수록 필요성이 커지며, 사회를 발전시키고 풍요롭게 만든다. 

고대 로마는 50km나 떨어진 수원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수도교를 건설해 사회의 인프라를 갖추었고, 중세 유럽은 라인강과 다뉴브강을 비롯한 여러 강에 다리를 놓아 무역과 상업의 중심 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일본 최대의 교역항 오사카도 물길을 정비하고, 여러 다리들을 가설했다. 이때 세워진 다리들은 인근 지역의 물류를 뒷받침하며 ‘팔백팔교’라 불렸고, 이후 오사카가 ‘천하의 부엌’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긴 다리인 인천대교, 광안대교 등 가설된 다리는 지역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차량운행시간을 단축해 여러 지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다리는 건축물 그 이상이다
시대의 역사적 ․ 문화적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리는 인류의 경제 활동을 비롯해 삶과 문화를 확산하는 데 사회의 중요한 기반인 동시에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대 로마에서는 다리를 지상과 천국을 이어주는 길로 보았기 때문에 수도승들이 중심이 된 ‘교량 건설 형제단’이 다리를 건설하곤 했다.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로 승려가 다리를 건설하는 주요 인력이었다. 불교에서 다리를 건설해 중생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공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경북궁의 영제교와 창덕궁의 금천교처럼 궁 안에 흐르는 명당수 위에 다리를 가설해 입궐하는 신하들이 마음을 씻고, 충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했다. 또 다리의 기둥에는 잡귀를 물리치는 신화 속 동물을 새겨 액을 물리치는 염원을 담았다. 이렇듯 다리는 당시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긴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국내에 현존하는 무지개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순천 선암사의 승선교 역시 종교적 차원에서 속계와 승계를 나누는 경계를 상징한다. 한편 6.25 전쟁으로 폭파되었다가 재건된 한강철교나 국내 최초 연륙교로 국민의 이목을 끌었던 영도대교처럼 다리는 한 사회나 공동체에 아픈 역사 혹은 추억이 깃든 장소가 되곤 한다.      

다리의 종류부터 구조, 공법까지 
풍부한 사진 자료와 일러스트로 쉽게 이해한다

다리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이 담긴 인류 역사의 산물일 뿐더러 당대 최고 수준의 토목기술이 집약되는 건설물이다. 따라서 국가의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2023년에 개통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될 터키의 ‘차나칼레대교’의 수주를 국내 기업이 맡아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토목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크고 긴 다리들이 계속해서 가설되고 있다. 거대한 다리는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여러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인천대교에서 케이블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하루 차량통행량이 20만대에 이르는 한남대교는 그 많은 하중을 어떻게 견디는 것일까? 등의 다리에 관한 여러 궁금증을 《다리 구조 교과서》가 해결해줄 것이다.      

이 책은 20여 년이 넘게 현장에서 활동했던 교량공학자가 펴낸 책이다. 다리를 설계하고 시공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부터 다리의 발전사, 다양한 가설 공법 등 다리에 관한 기초 지식을 알려준다. 눈에 보이는 다리 부분인 상부 구조를 아치교, 형교, 트러스교, 라멘교, 현수교, 사장교로 나누어 총 6장에 걸쳐 설명한다. 현수교와 사장교를 설명하는 장에서는 유럽, 미국, 중국, 일본, 한국편으로 나누어 각국의 유명한 다리와 공법들을 알 수 있다. 상부 구조를 떠받치는 하부 구조를 설명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일본의 독자적인 신기술까지 만날 수 있다. 장마다 세계 다리에 얽힌 여러 일화를 담아 재미를 더했고, 다리의 구조, 원리와 공법을 다양한 사진과 일러스트로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책 속으로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건축 부재는 햇볕에 말린 벽돌과 석재였다. 벽돌이나 석재로 만들어진 아치 구조물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 안타깝게도 아치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의 다리가 온전한 유적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메소포타미아의 아치 기술은 이집트와 그리스를 거쳐 고대 로마로 전파되었다. 그리고 로마는 아치 구조를 발전시켜 거대한 도로교와 수도교 등을 만들었다. --- p.35

한국에는 뼈아픈 근대사를 지니고 있는 철근콘크리트 아치교가 있다.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승일교(그림 3)는 강원도 철원군의 동송읍과 갈말읍을 잇고, 한탄강을 가로지른다. 한탄강의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위치로, 북한 정권 아래서 1948년 한탄교라는 이름으로 다리 공사를 시작했다. 동송읍 쪽의 아치 교각만 완성된 상태에서 한국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1952년 미군과 국군이 갈말읍 쪽 교각과 상판을 완성해서 1958년 승일교라는 이름으로 개통했다. 북한과 남한이 공사를 한 것으로 남북이 함께 만든 다리라고 할 수 있다. --- p.45

프랑스 남부의 퐁뒤가르(그림 3. 기원전 18년)는 식민 도시 님(Nimes)으로부터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수원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건설되었다. 길이가 275미터인 3층 아치교다. 최상층은 수로이며 폭이 넓은 1층은 도로로 이용되었다. 한편 스페인의 세고비아에는 이보다 앞선 기원전 80년에 건설된 수도교(그림 4)가 있다. 길이 728미터, 높이 28미터에 무려 119개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는 이 수도교는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악마의 다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 p.52

다이빙 대회 장소로 유명한 스타리 모스트(그림 10. 1567년)는 홍수에 따른 유실을 극복한 이 지역의 상징적인 아치교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분쟁으로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뒤 200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 두 다리는 이슬람의 기술(오스만 튀르크)로 건설된 석조 아치교다. --- p.55

역사상 유명한 부잔교로는 기원전 5세기의 제2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페르시아의 황제인 크세르크세스 1세 Xerxes I(BC 519~BC 466년. 다리우스 1세의 아들)가 다르다넬스해협에 놓은 다리(그림 2)가 있다. 수만 명의 병사와 군마가 이 다리를 이용해 바다를 건넜는데, 말이 바다에 놀라지 않도록 울타리도 쳤다고 한다. 이 기술은 고대 로마에 계승되어, 2세기에 병사들이 다리를 이용해 다뉴브강을 건너는 모습을 묘사한 부조(浮彫. 입체적인 감각으로 표현된 조각의 일종)가 지금도 남아 있다. --- p.98

세계에서 가장 긴 트러스교는 캐나다의 세인트로렌스강에 있는 퀘벡교(그림 2)다. 지간 549미터의 게르버 트러스 구조(111쪽 참조)의 철도교로, 건설 도중 두 차례의 낙교 사고가 발생해 89명의 희생자를 낸 끝에 1919년에 완성되었다. 훗날 도로교로 변경되었는데, 증가하는 교통량에 대응하기 위해 1970년에 현수교인 피에르 라포르트 다리(그림 2의 뒤쪽에 있는 다리)가 증설되었다. 당시에는 현수교가 더 경제적이었다. --- p.118

1940년에 완성된 타코마 내로스 브리지(지간 853미터)가 바람에 낙교한 사건은 다리 기술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 다리는 ‘해협에 걸린 리본’이라고 불릴 만큼 세련된 디자인의 현수교로, 완성된 지 4개월 뒤 초속 19미터로 부는 바람에 상하 진동과 함께 비틀림 진동을 일으키며 무너져버렸다.(그림 7) 이 사건으로 내풍 대책이 연구되었고, 보강형의 강성을 높이거나 보를 유선형으로 만들어 바람의 영향을 줄이는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 p.164

지은이 : 시오이 유키타케 
하치노헤 공업대학 구조공학연구소 명예 교수. 도호쿠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의 국토교통성, 도호쿠 지방 건설국, 도로국, 토목 연구소, 혼슈-시코쿠 연락교 공단, 간토 지방 건설국, 도쿄 만 횡단 도로 주식회사 등 토목공학 업종에 종사했다. 명예 교수 취임 후에도 계속해서 교량공학과 지반공학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재검토가 요구되는 지진 공학》《보전 기술자를 위한 교량 구조의 기초 지식》《도쿄만 아쿠아라인 프로젝트 : 어려운 지형에서의 교통 건설》등이 있다. 

감수 : 문지영
서울대학교 협동과정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신 구조부에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장대교량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교량경관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주요 저서로 《상상 그 이상, 조선시대 교량의 비밀》《미학적으로 교량보기》《자연과 문명의 조화, 토목공학》(공저) 등이 있다. 도서들은 각각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2014년부터 단국대학교 등에서 교량경관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 김정환
건국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번역과를 수료했다. 21세기가 시작되던 해에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책 한 권에 흥미를 느끼고 번역의 세계를 발을 들여,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번역의 오묘함과 어려움을 느끼면서 항상 다음 책에서는 더 나은 번역,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번역을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공대 출신의 번역가로서 공대의 특징인 논리성을 살리면서 번역에 필요한 문과의 감성을 접목하는 것이 목표다. 야구를 좋아해 한때 imbcsports.com에서 일본 야구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주요 역서로 《비행기 조종 교과서》《자동차 정비 교과서》《자동차 구조 교과서》《자동차 첨단기술 교과서》《모터바이크 구조 교과서》 등이 있다.

기술인 신문 / 이지현 기자 ( webmaster@gisulin.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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