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악순환 끊지 못하는 국토부... 말 뿐인 제도개선

안전사고 악순환 끊지 못하는 국토부... 말 뿐인 제도개선: 산업기사, 기사, 기술사 등 자격을 갖춘 기술자 고용과 안전관리 전문가 육성해야; 2020.05.12 14:36 입력

조재학 기자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이천 냉동 창고 공사장 화재로 인해 38명의 근로자가 생명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에 국토부는 안전사고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수많은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8일 열린 '건설안전 혁신위원회 2기 킥오프 회의'에서도 주요 검토과제를 발표했으나, 2008년 이천 냉동 창고 공사현장 화재 대책의 판박이처럼 느껴질 뿐이다. <div align="" style=""> <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center"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top:15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안전사고 악순환 끊지 못하는 국토부... 말 뿐인 제도개선" src="http://www.gisulin.kr/PEG/15892617350296.jpg" width="600" align="absmiddle"></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5월 8일 열린 건설안전 혁신위원회 2기 킥오프 회의 장면 ⓒ 국토부</div></td></tr></tbody></table>이날 정부는 주요 검토과제로 ▲ 가연성 건축자재와 폭발 우려가 높은 유증기가 발생하는 뿜칠작업 관리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발주자와 시공사·감리 등 건설공사 주체들이 안전을 우선 고려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 정부가 마련한 안전관리 정책들이 현장에서 작동되도록 이행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div> 이번 발표에 대해 건설 관계자나 일반 시민들은 지난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 창고 화재와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 말뿐인 대책이 되지 않나 걱정을 하고 있다. 특히, 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이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하도급 업체 근로자에게까지 전달이 안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2008년 화재사건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레탄 발포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원인 미상의 불꽃이 발생해 불이 붙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화재사건은 용접 불꽃이 발화원이 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화재의 공통점은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공종의 작업이 동시에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 우레탄폼 발포작업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또한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조급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안전관리도 미흡했다는 점이 사고를 유발한 점으로 손꼽힌다. 그러면 이번 정부가 제시한 검토과제를 살펴보면 모든 사항이 법이나 규정, 설계서 등에 명기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먼저 제도적인 문제점이다. 정부는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겠다고 매번 약속을 하고 있지만 없어지지 않고 있다. 원도급 - 하도급으로 이어져야 할 공사가 하도급사가 재하도급을 주고 재하도급을 받은 회사는 소위 반장이라고 불리는 분들에게 물량 띠기 형태로 하도급을 주게 된다. 큰 현장에서는 이 반장이 또다시 자기가 데리고 있는 반장들에게 물량으로 하도급을 넘겨준다. 이렇게 되면 적게는 5단계 많게는 7단계까지 재하도급이 내려간다. 여기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타 공종이 진행 중에 있어 작업에 저촉이 되어도 같이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작업자들이 서로 저촉이 되다보니 안전사고의 우려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일부 기술자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원도급사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하도급 업체에도 안전에 관한 책임을 맡겨야 한다. 전체적인 책임은 원도급사 책임이지만 각 공종별 하도급사도 자체적인 안전관리를 맡아 책임짐으로써 안전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개인 안전용구에 대해 회사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구입해서 사용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각 현장을 다녀보면 안전모를 비롯한 개인보호구가 현장 곳곳에 나 뒹굴고 있다. 개인보호구 관리를 안 하듯 개인의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이 줄어드는 것이다. 개인보호구 관리를 통해 안전의 출발점은 개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자격 안전 관리자 퇴출과 엄격한 겸직 금지의 시행이다. 안전관리계획서에는 안전 관리자가 별도 선임이 되어있으나,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자가 다른 업무까지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회사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안전관리 업무만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현장 관리 체계상 안전 관리자는 현장소장의 지시를 받는 위치에 있다. 독자적인 안전관리를 할 수 없다. 건설사업관리자(감리)도 따로 안전 관리자가 없다. 정부가 예산절감이란 사유로 현장 건설사업관리자 수를 축소시켜 한사람이 행정, 품질, 안전관리를 다 맡아야 한다. 이로 인해 전문성이 결여되고 현장 안전관리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토부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해 현장 안전관리가 철저히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장에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산업기사, 기사, 기술사가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 무자격 안전관리 기술자를 현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현장 근로자도 무자격자를 줄여야 한다. 현장에 관리업무를 맡기 위해 최소한의 기능과 교육을 받은 사람만 안전관리 업무에 종사토록 해야 한다.  국토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업계의 의견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나 하는 노동이 아닌 최소한의 기능과 교육을 이수한 이들이 하는 노동으로 건설현장을 바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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